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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만들어 낸 경이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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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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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2월 24일, 전 세계 10억 명의 지구인에게 생방송으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다.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진 우주 공간, 달 궤도 위의 아폴로 8호에서 지구를 향해 송출된 메시지다.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 and the earth. And the earth was without form, and void and darkness was upon the face of the deep. And the Spirit of God moved upon the face of the waters. And God said, Let there be light and there was light. And God saw the light, that it was good and God divided the light from the darkness. …And from the crew of Apollo 8, we close with good night, good luck, a Merry Christmas and God bless all of you.”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윌리엄 앤더스(William Anders), 짐 러벨(Jim Lovell), 프랭크 보먼(Frank Boreman) 이 세 사람은 최초로 지구 궤도를 벗어난 인류이자 처음으로 달의 중력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달 궤도에 위에 있던 그들의 눈에서 지구가 사라지며 어둠의 시간이 시작됐다. 그들의 눈이 어둠에 적응되자 달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껏 아무도 직접 보지 못했던 달의 뒷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1시간, 어둠의 시간 동안 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달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칠흑같이 검은 공간. 빛이 나타났다. 푸른색의 지구다. 월평선1에서 지구가 초승달처럼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구가 보이지 않는 우주 공간에 머물렀던 최초의 인류가 빛의 세계로 나왔을 때 마주한 풍경은 글로 담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그 순간, 아폴로 8호의 우주인들은 지구로 메시지를 보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습니다.” 


이들이 마주한 풍경을 앤더스는 사진으로 남겼다. 아폴로 8호의 네 번째 달 공전 순간이었다. NASA2의 공식 기록명은 ‘AS8-14-2383HR’로 일반적으로 ‘지구돋이(Earthrise)’라고 부른다. 안타깝지만 달에 발을 디딘 12명 우주인3은 월평선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달에서 하늘을 보면 지구는 항상 같은 위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달에서는 지구가 뜨거나 지지 않는다. 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약 27.3일로 똑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에서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아폴로 8호는 달 궤도를 돌고 있었기에 마치 해돋이를 보듯 월평선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지구돋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아폴로 8호는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이다. 1968년 12월 21일 오전 7시 51분(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110.6m 길이의 발사체 ‘새턴 V’에 실려 달을 향해 날아갔다. 68시간 만에 달 궤도에 안착하고 20시간 10분 13초 동안 달을 10바퀴 돌며 달 착륙을 위한 정보를 수집했다. 임무를 마친 후 1968년 12월 27일 오후 3시 51분에 귀환했다. 아폴로 8호 귀환 7개월 후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마침내 달 표면에 발을 디딘다.


인간을 달에 보내는 프로그램이 2017년 다시 시작됐다. 1972년 아폴로 17호의 우주인들이 달에 다녀온 지 45년 만이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Artemis Program).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딸로 태양의 신 아폴로와 쌍둥이 남매이며 달의 신으로 등장한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3단계로 진행된다. 사람을 태우지 않은 채 달 궤도를 다녀오는 1단계 미션은 2022년 11월 16일부터 12월 11일까지 진행되었고 성공했다. SLS(Space Launch System)로켓 발사체와 앞으로 사람이 타게 될 오리온 우주왕복선(Orion Spacecraft)의 안정성을 증명했다. 3단계 미션은 2025년 예정되어 있으며 4명의 우주 비행사가 달 궤도에 진입하여 인간 착륙 시스템(Human Landing System)이라 명명된 달 착륙선을 이용해 2명이 착륙하는 것이 목표다. 달을 밟는 최초의 여성과 백인 아닌 남성이 예정되어 있다. 3단계 미션 이후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를 이어 갈 계획이다.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짓고 심우주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이다. 아르테미스 2단계 미션은 2024년에 수행될 예정이며 아폴로 8호와 같은 임무를 지닌다. 지구 궤도를 떠나 달 궤도에 머물렀다 지구로 돌아온다. 통신과 운항 시스템을 시험하고 오리온 우주왕복선(Orion Spacecraft)의 수동 조종 성능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능을 평가하는 임무다. 우리나라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는 6개의 탑재체 중 영구 음영 지역을 관측하는 고감도 카메라 ‘ShadowCam’을 이용하여 달 착륙 후보지를 찾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영구 음영 지역은 달의 극지방에 존재하는 분화구(크레이터) 안쪽의 태양 빛이 들지 않는 그늘로 덮인 지역을 말한다.


달 탐사선 다누리는 2022년 8월 5일 지구를 출발해 594만㎞를 비행하여 달 궤도에 도착했다. 2022년 12월 17일에 도착했으니 약 3,200시간 정도 우주 공간을 날아간 것이다.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를 벗어난 아폴로 8호의 우주인은 68시간을 비행해 달 궤도에 안착했다. 지구는 자전하며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움직이고 있는 지구 중심으로 달 역시 자전하며 공전하고 있다. 지구에서 달로 가는 길은 회전하는 출발점에서 원운동하고 있는 도착점을 연결하는 길이다. 마치 계주 경기가 진행되는 운동장 한가운데서 코끼리 코를 하고 빙글빙글 돈 뒤 물병을 던져 빠르게 달리고 있는 계주 선수의 손에 쥐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할까? 


아무 흔적 없는 미지의 공간에 놓인 보이지 않는 길, 게다가 어두운 길, 위아래, 왼쪽 오른쪽이 구분되지 않는 우주 공간을 어떻게 비행한 것일까? 보이지 않는 길을 날아가며 그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반세기 동안 사람이 지나지 않았던 길에 오르는 아르테미스 2호의 우주인은 무엇을 신뢰하는 것일까? 지구에서 물체를 사선으로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던지는 물체의 무게, 던지는 방향과 빠르기에 따라 포물선의 궤적이 달라진다. 공에 부여되는 초기 조건에 따라 자연법칙이 만들어 내는 궤적이다. 지구 궤도에서 달 궤도를 연결하는 길도 마찬가지다. 전이 궤적이라 부른다. 복잡하고 정밀한 계산을 통해 자연 법칙이 만들어 낼 궤적을 예측한다. 궤적을 따라 나아가는 동안 정확한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 그리고 예측한 궤적을 따라 가기 위해 정밀하게 자세를 제어하고 방향과 빠르기를 조정한다. 초기 조건뿐 아니라 이동하며 나타나는 변수에도 자연법칙은 반응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길에서 경이의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인류가 달의 뒷면을 처음 만난 순간, 월평선에서 지구돋이를 맞이한 순간, 보이지 않는 길에 올라 달 궤도에 도착하고 달에 착륙한 순간 그리고 다시 달에 가겠다고 결심한 순간까지 이 모든 순간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졌다. 꿈을 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영광의 순간, 탐험과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경이로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현민 ​과학교육 기획자, 물리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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